"계급"이란 단어를 듣고 처음 떠올리는 이미지는 사람에 따라 참 다양할 듯 하다.
군대를 갔다 온 많은 남자들에겐 이병, 일병, 소위, 하사 등등의 계급장이 떠오를 것이고,
70~80년대 사회운동에 열심이었던 사람들에겐 자본가와 노동자 간의 계급 투쟁이 가장 먼저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또 어떤 사람에겐 직장 내에서의 지위나 호봉이 연상되기도 하고,
또 어떤 세계사에 관심이 많은 이에겐 인도의 카스트 제도가 생각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계급"이란 단어는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되는데, 일반적인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사회에서 신분, 재산, 직업 따위가 비슷한 사람들로 형성되는 집단. 또는 그렇게 나뉜 계층적인 사회 지위'
하지만 이런 일반적인 정의만으로는 판타지 세계의 계급을 설계하기는 좀 아쉬움이 있다.
계급이란 단어에 대응되는 영어 단어인 "Class"에 대한 위키피디어의 정의를 살펴보면 이런 일반적인 정의의 어려움이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다.
'There is not a consensus on the best definition of the term "class", and the term has different contextual meanings.'
한마디로 계급이란 단어에 대한 최상의 정의라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조차 되어 있지 않다는 뜻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계급의 정의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단어가 있는데,
그것은 "계층(Hierarchy)"과 "같은 속성을 가진 집단(Group)"이다.
그렇게 보면 계급이라는 것은 결국
"사회에 존재하는 개체들을 분류하고, 그것들을 계층 구조로 나열한 것"
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계층을 뜻하는 Hierarchy는 어떤 사회적 현상이나 구조를 모델링하는데 있어서 가장 이해하기 쉽고, 기본적인 모형이다. 따라서 세력 내에 살고 있는 존재들을 계층이라는 틀 속에 끼워 맞추는 것은
사회가 그들을 좀 더 손쉽게 통치하기 위해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기는 현상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A. 세력 설계에 있어서의 계급
사실 일정 수준 이상의 규모를 가진 집단에서 넓은 의미의 계급이 없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어떤 세력을 설계하는데 있어서의 계급이란 그 목적에 맞도록 좀 범위를 좁힌 정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세력 내에서의 특정 집단 내에 적용되는 계급이란 개념, 예를 들어 군대의 계급이나 회사의 직급 같은 것은 고려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세력 설계에 있어서의 계급이란 사회적 계급이란 통념에 가장 가까운 개념으로 설계되어야 하는데, 이것은 크게 두 가지 개념으로 나누어질 수 있다.
하나는 재산의 보유 수준이나 직업군에 따라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것이며,
다른 하나는 사회 제도적으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계급이다.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계급은 우리의 실생활에서 접하는 민주주의를 표방한 자본주의 사회의 현상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될 수 있다.
우선 계급을 나누는 기준이 되는 부와 권력이 어떤 요소에 의해서 결정되는 지를 설정하는 것이다.
재산의 상속에 의한 태생적 계급이 발생하는지,
어떤 직업군이 부와 권력을 손에 넣는데 유리한지 등에 대한 설정이 필요하다.
정치가라든가, 재벌, '사(仕)'자 돌림 직업군 등 우리의 실생활과 유사하게 설정할 수도 있고, 전혀 다른 어떤 요소를 설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마법을 중심으로 한 사회라면 어떤 존재가 가진 마법 역량이 기준이 될 수도 있고,
또 어떤 이유에서 키가 작을 수록 존경 받으며 계급이 높아지는 사회를 설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이 귀한 영역에 사는 세력이라면 수원을 소유하거나 찾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자연발생적으로 생기는 계급은 다양한 이유에 의해서 어떤 존재가 어떤 계급에 속할 수 있다.
그리고 계급에 속한 존재들간의 불평등이 발생하고,
계급 간의 이동이 실질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계급 간의 이동이 법과 제도에 의해서 근본적으로 차단되거나 관리되지는 않는 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하튼 이렇게 자연발생적인 계급이 있지만,
그 계급 간의 이동이 인위적인 제도나 장치에 의해 통제되지 않는 경우는 구태여 계급이 있는 사회 구조를 가진 세력이라고 부를 필요가 없다.
다시 말해 계급 구조가 있는 세력을 설계한다고 하는 것은 인위적인 법과 제도에 의해서 계급 간 이동이 관리되는 계급 제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경우 일반적으로 부와 권력이 혈연에 의해 오롯이 세습이 되는 사회가 설정되는 편이지만,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상하위 계급 간의 관계와 이동, 각 계급의 권한과 책임이 법과 제도로 규정되어 있다면,
그것이 꼭 세습되지 않더라도 계급 구조가 있는 사회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간을 모든 재화를 사고 팔 수 있는 화폐로 설정한 '인 타임' 같은 영화에서는 시간을 지불함으로써,
보다 쾌적한 특정 공간에서 거주할 수 있는 권한을 획득함으로써 계급 이동이 가능한 사회를 가정하고 있다.
어떤 세력의 계급 제도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우선 계급을 몇 개의 단계로 나눌 것인가부터 결정되어야 한다.
철저하게 통제되는 사회일수록 더 세분화된 많은 계급이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상명하복을 기본전제로 하는 군사집단이나,
서로의 존재를 비밀에 부쳐야 하는 점조직을 기반으로 한 음모집단일 경우 대부분 아주 세분화된 계급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판타지 작품에서는 군사력을 중심으로 한 세력 간의 다툼을 그려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세분화된 계급의 설계가 필요할 때가 많다.
"이 블로그에 정리된 내용은 '상상력 공학 101'에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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