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영웅들은 어쩐 일인지 불행한 신탁을 안고 태어나는 경우가 많다.
페르세우스 역시 이런 신탁 하에 태어나게 된다.
페르세우스의 할아버지인 아르고스의 왕 아크리시오스는 아들이 생기질 않자 신탁을 받는다.
하지만 신탁의 내용은 얄궂기 짝이 없었다.
"당신의 외동딸인 다나에가 자식을 낳는다면, 그 아이가 당신을 죽일 것이요."
이 때문에 아크리시오스는 다나에를 놋쇠로 만든 탑에 가둬버린다.
(어쩌면 그리스/로마를 비롯한 고대의 동서양의 왕국 혹은 제국의 왕조의 역사는
이런 폐륜으로 얼룩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을런지도 모를 일이다.
그게 집권 후에 관리를 잘 하면 영웅담으로 재탄생하는 것이고, 그렇질 못하면 처죽일 놈으로만 전해지고...)
놋쇠탑은 사람과 짐승이 넘나들 수 없도록 높은 벽을 가졌지만, 하늘을 향해서는 열려 있었다.
그 열린 지붕으로 다나에의 미모를 일견한 제우스는 또 주체할 수 없는 욕망에 사로잡힌다.
제우스는 황금의 비가 되어서 열린 지붕으로 침입한 뒤 다나에를 범해버린다.
그렇게 다나에는 제우스의 아이를 낳았으니, 이 아이가 바로 훗날 메두사를 처치한 영웅 페르세우스다.
하지만 정체도 모를 남정네의 아이를 낳았으니 다나에로서는 난감한 일.
결국 그녀는 아버지에게 들킬세라 아이를 혼자서 몰래 탑 안에서 키우게 된다.
하지만 아이가 자랄 수록 비밀을 유지하기 어려운 법.
결국 아크리시오스 왕은 이 사실을 알게 되었고,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힐 순 없기에 궤짝에 두 모자를 실어서 바다에 띄워보낸다.
하지만 이런 류의 아동 유기는 항상 구원의 손길이 뒤따르게 마련.
(오이디푸스도 그랬고, 백설 공주도 그랬고, 수많은 전래 동화에서도...)
궤짝은 세리포스 섬 근처에 어부가 쳐 놓은 그물에 걸렸고, 어부는 그들을 왕인 폴리덱테스에게 데려간다.
제우스의 눈을 사로잡은 다나에의 미모가 이 왕의 혼을 빼놓는 건 당연지사.
하지만 다나에는 아들을 돌보는데 전념하겠다며 왕의 구혼을 거절한다.
(다른 버전의 이야기에서는 페르세우스가 폴리덱테스가 별로 영예롭지 못하다며 어머니가 구혼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한다.)
이에 고민하던 폴리덱테스는 페르세우스를 어머니에게서 떨어뜨려 놓거나, 아예 죽여버릴 방법을 고안하게 된다.
폴리덱테스는 연회를 열어 맛난 술과 푸짐한 안주를 내놓고, 손님들에게 선물로 말을 가져올 것을 부탁한다.
연회에 참석한 페르세우스 역시 이 부탁을 들었다.
하지만 그를 구해준 어부의 아들로 지내고 있는 페르세우스에게 말이 있을 리 만무.
자존심이 상한데다 술까지 취한 페르세우스가 외친다.
"선물대신 다른 부탁이라면 무엇이든 들어드리겠습니다."
폴리덱테스는 때를 놓칠세라 세 마리 고르곤 중 유일하게 불멸의 존재가 아닌 메두사를 죽여달라고 부탁한다.
이렇게 페르세우스와 메두사의 영웅담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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