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신화/중국 신화

[중국신화] 천상의 음악을 연주한 사광

강인태 2021. 7. 12. 10:24
반응형

춘추시대 진나라의 평공은 평소에 음악을 좋아했다.

그가 위나라 영공을 접대하는 잔치를 벌였는데, 영공은 평공의 환대에 답하기 위해 자신이 데리고 온 사연을 시켜 '청상'이라는 음악을 연주하게 했다.

하지만 평소 수준 높은 음악을 접하던 평공의 귀에는 그다지 흡족한 것이 아니었다.

평공은 자신이 거느리던 빼어난 악사인 사광에게 물었다.

"이 청상이란 곡이 가장 슬픈 음악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아닙니다. 청상보다는 '청징'이라는 곡이 훨씬 더 슬프지요."

사광의 대답을 들은 평공은 사광에서 '청징'을 연주해줄 것을 청했다.

 

사광이 청징을 연주하자 검은 학 열 마리가 남쪽에서 날아와 성문의 누각 위에서 춤을 추었다.

(온갖 짐승들을 춤추게 했다는 오르페우스의 연주에 비견될 수 있을 듯)

이에 평공은 아주 기뻐하여 사광을 칭찬하며 말했다.

"과연 청징은 세상에서 가장 슬픈 곡이구나."

하지만 사광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청징이 매우 슬픈 곡이긴 하나 청각에 비할 수는 없습니다."

 

사광의 연주를 듣는 평공

 

사광의 대답을 들은 평공은 손을 마주치며, 그에게 청각을 연주해줄 것을 청했다.

하지만 사광은 다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청각이라는 곡은 모든 신들과 인간들을 다스리던 황제께서 천하의 모든 귀신들을 서태산에 모이게 할 때 연주했던 음악입니다.

따라서 이 자리에서 청각을 연주한다면 무슨일이 생길지 모르옵니다.

필시 흉한 일들이 생길 것이니 평공께서는 청을 거두어주십시요."

 

하지만 평공은 청각에 대한 호기심과 좌우에 모인 손님들에 대한 체면 때문에 청을 거두어줄 수가 없었다.

그는 사광에게 청각을 연주할 것을 명했고, 사광은 마지못해 청각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곡이 천지에 울려퍼지자 서북쪽에서 검은 구름이 몰려와 하늘을 뒤덮었고, 세찬 바람이 비와 우박을 싣고 왔다.

잔치를 벌이던 평공의 집은 기왓장이 다 벗겨졌고, 차려둔 잔치상은 모두 바람에 뒤집어져버렸다.

사람들은 혼비백산하여 도망쳤고, 평공 역시 놀란 마음에 엉긍엉금 기어서 모퉁이에 몸을 기대고는 벌벌 떨었다.

사광이 연주를 그쳤지만 인간이 신들의 음악을 연주한 대가는 그 후에도 3년이나 더 계속되어, 큰 가뭄이 들고 평공은 앓아누워버렸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신들의 권위에 도전한 인간들은 대부분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되는 모양이다.

하지만 평공은 이에 굴하지 않고 길흉을 점칠 때도 사광의 연주를 이용했다고 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