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연재가 진행되고 있었던 베르세르크는 18금의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도 굉장히 매력적이지만,
이 작품의 진정한 가치는 베헤리트라는 독특한 장치를 기반으로 한 독창적인 세계관의 설정에 있습니다.
베헤리트는 그것을 가지고 있던 주인이 절체절명의 순간, 혹은 삶에 대한 욕망이 어떤 임계치를 넘어서면 새로운 차원의 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차원의 문이 열리면 이쪽 세계인 물질계와 저쪽 세계인 유계가 이어지면서 유계에 있던 절대적인 존재들이 나타나게 되는 거죠.
그 순간 베헤리트의 소유자가 자신이 가장 아끼던 존재를 제물로 바치면, 인간의 경지를 완전히 넘어선 절대적인 힘을 부여받게 됩니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연재된 내용에는 이 베헤리트가 어떻게 하다가 탄생했고, 궁극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 지에 대한 설명은 없네요.
(어쩌면 연재가 무사히 끝났다해도 결국 설명을 못했을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상당한 반전을 가져오는 새로운 역할로 등장했을지도-)
여하튼 이 베헤리트 덕분? 탓?에 주인공인 가츠는 절친인 그리피스를 잃게 되고,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 그리피스는 가츠를 제물로 바치고 신의 영역으로 건너가버립니다.
그리고 그 주변은 모조리 지옥으로 변해버리죠.
이렇게 말입니다.
가츠는 동료들의 희생과 또다른 존재의 도움으로 겨우겨우 그 아수라장을 탈출하지만, 그의 뒷목에는 제물의 표식이 새겨집니다.
결국 그 표식 탓에 가츠가 가는 곳은 밤만 되면 또다시 유계의 생명체들을 불러들이며 지옥도를 연출하는 악몽같은 나날을 반복하게 됩니다.
이런 설정으로 시작된 가츠의 모험을 다룬 베르세르크는 판타지 작품이 갖추어야할 재미있는 요소들을 거의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파괴적인 힘과 물리적인 무기에만 의존해서 싸우는 가츠와 그런 무모함을 보완해주는 다양한 동료들.
절대적인 욕망을 갈구하며 절대적인 사악한 힘에 결탁하는 그리피스와 그를 추종하는 괴이한 능력의 사도들.
그들의 배경이 되는 정치적인 지형과 그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들의 추악한 본성.
30권을 넘어가면서 배가 약간 산으로 가는 느낌이라, 이 이야기를 도대체 어떻게 끌고가서 마무리하려고 이러나 했었는데...
결국 마무리를 하지 않은 채, 작가는 가츠와 그리피스, 불사신 조드와 해골기사... 그 모든 것들을 손에서 놔버리고 떠나버렸네요.
애정했던 최고의 작품이 마무리되지 못한 안타까움과 그런 작품을 선사해준 작가에 대한 감사를 표하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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