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이야기든 그것이 펼쳐질 무대가 필요한 법이다.
실제 생황에서는 어떤 공간이 하나의 무대로 주어지고, 거기에 맞춰서 사건이 전개되게 되어 있다.
군대에서 작전을 짤 때를 떠올려보자.
제일 먼저 할 일이 전투가 벌어진 지역의 지형을 파악하고, 길과 엄폐물 등등으로 고려해서 전략과 전술을 짤 것이다.
하지만 상상력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갈 판타지의 공간을 설계하는 것은 현실과는 전혀 다르다.
판타지에서의 공간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공간을 수용해서 재해석할 수도 있지만,
자신의 상상력에 맞는 공간을 아예 새로 설계하는 경우가 더 많다.
즉 대략의 시놉시스가 나오면 그에 적합한 공간을 설계해야 하는 것이다.
프로도가 반지를 영원히 없애야 하는 이야기가 나오면, 거기에 맞도록 큰 화산이 존재해야 하며,
드라마를 위해서 호빗들의 거주지에서 사우론의 세력권을 지나가야만 하는 곳에 화산을 위치시켜야 하는 것이다.
만약 호빗들의 거주지에서 사우론의 세력권과 반대방향의 가까운 곳이 그 산이 있다면,
이 대하드라마가 얼마나 싱겁게 끝날지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가장 그럴듯하게 만들어줄 구성요소들을 찾고, 그것들을 공간 상에 배치하는 작업이 진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작업은 단방향의 한번의 작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공간의 배치가 어느 정도 되고 나면, 이제 구성된 공간에 맞추어서 이야기를 다시 전개시켜 보면서 구성 요소들을 재배치하거나 혹은 이야기를 재구성해나가는 과정을 반복하며, 이야기와 공간의 합치시켜나가야 한다.
그런데 판타지의 마술은 이 공간의 설계가 마무리된 이후에 시작된다.
그것은 공간 자체가 또 다른 상상력을, 그리고 새로운 이야기를 탄생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
소림사가 있는 숭산은 그 속에 은거하고 있는 절대고수와 그의 무림비급을 둘러싼 이야기를 재탄생시킬 수 있으며,
‘반지의 제왕’에 등장한 드워프들의 지하제국은 아제로스[1] 대륙의 드워프 지역으로 재탄생해서 그들의 광산과 그곳에서 캐낸 광물, 그리고 그것을 제련할 도구들에 대한 수많은 에피소드들을 낳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다른 이야기를 낳는 과정에서 공간이 다시 설계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1] 블리자드사의 유명 게임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배경이 되는 세계
"이 블로그에 정리된 내용은 '상상력 공학 101'에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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