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제대로 된 동양의 판타지

강인태 2022. 3. 29.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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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직설적인 제목 탓에 손이 잘 가지 않았는데-

보고 나니 정말 제목 탓에 흥해에서 손해를 보지 않았을까 싶어 안타깝기까지 하더군요.

그렇다고 다른 멋진 제목이 딱히 떠오른 건 아니지만...

여튼 결론적으로는 지금까지 나온 동양을 배경으로 했거나, 동양이 캐릭터를 동원한 판타지물 중에 제일 제대로 만든 것 같다는-

사실 시작할 때만 해도 우려가 앞섰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역시 양조위!'라며 칭찬했지만, 그의 왜소한 체구와 수심 가득한 눈빛 탓에 인류 최강의 전사라는 이미지와는 썩 어울리지 않았으니까 말이죠.

정말 열심히 팔다리를 움직이고, 카메라를 현란하게 다루었지만 나이와 타고난 신체적 특성을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죠.

아무리 링을 끼고 있어도 양조위에서 최강 전사의 느낌을 찾긴 어렵죠 ㅠ.ㅠ

이때만 해도 굳이 양조위였어야 했을까? 흥행을 위해 그의 이름이 필요한 거였나? 하는 우려가-

하지만 웬우가 그렇게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된 동기, 아내를 잃은 이의 상실감이라는 감정선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된 동력이라는 걸 아는 순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양조위의 그 사무치는 눈빛이 필요했겠죠.

액션씬에서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말입니다.

이 눈빛이 필요했던 모양입니다

여하튼 그런저런 자잘한 우려가 생기는 초반을 넘어가고 나면 샹치와 텐 링즈는 꽤나 충실한 동양적인 판타지를 만들어 냅니다. (여전히 중국와 일본, 홍콩의 문화적 차이를 몽땅 동양이라는 틀로 구별하지 못하는 것 같긴 하지만...)

일단 결계를 멋지게 그려냅니다.

숲이 살아 움직여 길을 만들어주는 미로 같은 통로,

결계 속에 살아가고 있는 기린, 구미, 사자, 용 등등의 신화 속 존재들,

그들이 사용하는 무기 등에서

동양 판타지가 보여줘야할 비주얼적인 재미를 잘 그려냈습니다.

특히 수룡은 비주얼이나 그것이 갖추어야할 능력과 특성 같은 걸 제대로 구현해냈죠.

기린(얼굴만 보면 용인줄)

구미

다만 텐 링즈, 즉 웬우가 가지고 있는 열 개의 고리와 이계(아내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마계)의 관계에 대한 설명이나, 결계 안에서 나가 자란 웬우의 아내가 인류 최강의 전사를 손쉽게 제압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한게 아쉽긴 하지만-(뭐 그냥 원과 태극의 원리가 최고야 이런 손쉬운 설명 외에 뭔가 더 있어야하지 않았을까요? 용의 힘을 돌려주고 받고 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실제로 그게 발현되는 느낌이 별로 없습니다. 그냥 태극의 이치를 깨달은 느낌만- 그렇다면 샹치나 그의 어머니가 아니어도 누구든 무방하게 되어버리니-)

동양의 용을 제대로 그려냈죠.

여하튼 제목에 좀 더 신경을 써서, 코로나가 없는 시대에 개봉해서 제대로 흥행에 성공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그랬다면 좀 더 동양적인 판타지를 만들어내는데 돈과 노력이 투입되는 물꼬를 제대로 텄을 텐데-

(솔직히 중국 자본이 만들어내는 판타지는 개연성이라는 단어에 대한 고려가 너무 없어서 아직은 큰 기대를 하기에는-)

쿵푸 허슬의 태극권 아저씨도 사자와 함께 등장

결론은 판타지 팬이라면 놓치지 않아야할 작품들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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