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죽고 아테네의 왕이 된 테세우스는 무난하게 나라를 통치했지만,
트로이의 헬렌을 납치하고 자신을 도와준 아리아드네를 왼딴 섬에 유기하는 등의 여성 편력만은 유감없이 계속해서 발휘했다.
아리아드네를 버린 테세우스는 헤라클레스의 아마존 원정에 참여한다.
아마존의 여성들은 테세우스의 인상을 좋게 봤는지 호의를 보이며,
여왕인 히폴리테(다른 이야기에서는 여왕의 동생인 안티오페였다고도 한다)가 직접 선물을 가지고 테세우스의 배로 찾아갔다.
하지만 테세우스는 여왕이 배에 오르자마자 바로 아테네로 배를 몰아버려서 히폴리테를 자신의 아내로 만들어버리고 아들 히폴리토스를 낳는다.
아마존의 여전사들은 자신들의 여왕을 되찾기 위해 아테네를 침공했는데,
이때 아마존 여전사가 쏜 화살에 히폴리테가 맞아 죽어버리면서 전쟁은 막을 내린다.
또다시 아내를 잃은 테세우스는 그 다음 왕비로 페드라(파이드라)를 선택하는데,
페드라는 테세우스가 버린 아리아드네의 동생, 즉 미노스 왕과 파시파이의 딸이다.
(이게 무슨 짓인지...ㅠ.ㅠ)
하지만 페드라는 예쁘게 꽃미남으로 잘 자란 히폴리토스(테세우스와 히폴리테 사이의 아들)에게 눈이 멀어버리게 된다.
페드라는 유모를 보내 히폴리토스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히폴리토스는 이미 순결의 여신인 아르테미스에게 순결을 맹세한 상태였기 때문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자신의 의붓 어머니가 아닌가...
(일부 이야기에서는 아프로디테가 자신을 무시하고,
아르테미스를 섬긴 히폴리토스를 벌하기 위해 페드라가 히폴리토스에게 주체할 수 없는 욕정을 느끼게 만들었다고도 한다.)
이렇게 자신의 사랑을 무시당한 페드라는 자살을 하면서 남편인 테세우스에게 유서를 남기니,
그 내용인즉슨 히폴리토스가 자신을 겁탈했기 때문에 수치심에 죽어버린다는 것이었다.
(이것 역시 버전에 따라 그냥 남편에게 가서 히폴리토스가 자신을 겁탈하려 했다고 일러바쳤다거나, 자살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화가 난 테세우스는 포세이돈이 자신에게 들어주겠다고 한 세가지 소원 중 하나를 어이없게도 자신의 아들을 죽여달라는데 사용해버린다.
그러자 히폴리토스의 전차 앞에 바다에서 소가 한마리 나타나고,
이에 놀란 말들이 미친듯이 질주하면서 전차가 전복되어 히폴리토스는 죽어버린다.
이후에 아르테미스가 나타나 히폴리토스의 무죄를 입증해줬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이 페드라와 히폴리토스의 이야기는 현대에 와서 줄스 다신 감독에 의해 영화로 탄생한다.
안소니 퍼킨스(히치콕의 영화 '사이코'로 잘 알려진)와 멜리나 메로쿠리 주연의 1967년 영화 '페드라'.
영화에서 테세우스는 그리스의 해상왕으로,
히폴리토스는 안소니 퍼킨스에 의해 알렉시스로,
페드라는 그냥 페드라로-
영화에서는 알렉시스와 페드라가 한 때 사랑에 빠졌다가,
알렉시스가 죄책감에 관계를 끊으려하자 모든 사단이 벌어지는 것으로 그려진다.
그리고 미친 말이 끄는 전차 대신 6기통 엔진의 아스톤 마틴의 스포츠카가 등장하며 알렉시스의 죽음을 암시한다.
알렉시스가 차를 몰고 해변을 질주하다 절벽으로 떨어지는 몇분 간의 영화 음악은 발군으로 아직까지도 5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다.
그리고 알렉시스가 페드라를 떠나면서 주고 받는 대사도 멋지다.
페드라: "You must take me with you."
알렉시스: "I'll never look at your face again. I want you to die. I'm 24 years old. That's all. Just 24."
그 모든 상황에서 자신은 그저 24살의 치기 어린 혹은 순수한 열정으로 사랑에 빠졌을 뿐인데,
그 결과는 너무나 큰 짐으로 자신에게 돌아왔음을 한탄하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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