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혹은 “Once upon a time in ~~”.
전세계 전래 동화의 시작은 으레 이러게마련이다.
결국 어제나 오늘 일어났다고 하면 잘 믿기지 않을 이야기를 실제로 일어난 것 같은 느낌을주기 위해 먼 과거의 시간을 설정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신화나 전설이 이런 시간을 설정하고 있다.
그리스 신화나 아라비안 나이트는 인간에 의한 역사가 시작되기도 전인 고대의 시간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중국 무협 작품들 수백 년 전의 명청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또이렇게 과거의 시간만으로는 상상력을 펼치는데 한계를 느낀 판타지 설계자들은 시간을 아직 겪어보지 못한 미래로 이동시키게 되었는데, 그런 시간 설정을 통해서 수많은 SF물들이 탄생하게 되었다.
그런데 한가지 재미있는 현상은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물들은
‘스타워즈’처럼 현재의 시간과 거의 단절되다시피 한 더 먼 미래를 배경으로한 작품들일수록,
더 먼 과거를 배경으로 한 신화적인 속성-다양한 새로운 생물들이 등장하고, 마법적인 능력이 사용되는-이 많아지고,
가까운 미래를 설정한 ‘터미네이터’같은 작품들일수록
인간 혹은 인간의 산출물의 능력이 극대화되는 것이 중세 기사들의 전설이나 중국 무협과 더 닮아있다.
이런 현상은 좀 더 자유롭고 다채로운 상상력의 전개를 위해서는 과거든 미래든 현재의 시간과 더 멀어질 수밖에없었던 판타지 설계자들의 선택 따른 것이다.
이렇게 현실의 공간은 그대로 두고 적어도 현재의 사람은 직접 겪어보지 못한 과거나, 명백히 예단할 수 없는 미래를 상정한 시간적 선후 세계(Trajectory World)는 판타지 설계자들이 가장 자연스럽게 다가가는 설정이다.
이런 선후세계의 설정에 있어서는 동일 공간 내에서의 시간의 흐름이라는 큰 명제가 있기 때문에, 이렇게 탄생한세계나 이야기가 보다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그 시간 흐름에 따른 궤적(Trajectory) 상에서의개연성을 높이는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과거를 배경으로 한 세계에서는 이런 장치로 주로 두 가지로 유형이 사용된다.
첫번째는 유(有)를 설명하는 것이다.
즉 현재 시간에존재하는 어떤 사물이나 현상으로 과거의 이야기에 개연성을 부과하는 것이다.
대개의 전설이나 신화에서접할 수 있는
“그렇게 해서 저렇게 생긴 바위가 여기 있게 된 것”이라든가,
“그때부터 이곳에 사막이 생겨나게 되었다든가[1]”하는 것들이 이 방식에 해당한다.
두 번째 유형은 반대로 무(無)를 설명하는 방법이다.
이야기에 등장했던그것들이 이제 더 이상 현재의 시간에서는 찾아볼 수 없게 된 그럴듯한 이유를 만드는 것이다.
공룡이사라지게 된 이유에 대한 수많은 주장들이나,
‘가디언즈[2]’ 같은 작품처럼 예전에 사람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존재했던 무언가가 이제 더 이상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게 된이유에 대한 설명이 이런 장치에 해당한다.
미래를 배경으로 할 경우 역시 마찬가지로 현재 존재하는 무언가가진행되는 궤적 상에서 세계를 설정해야만 설득력을 갖는다.
선후 세계의 개연성 부여 패턴
- 현재존재하는 사물이나 사건이 있게 된 이유로서의 과거
- 현재에과거의 무언가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 이유
- 미래에존재하는 사물이나 사건이 있게 된 현재의 원인
- 현재에있던 것들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 이유
[1] 아폴론의 아들임을 증명하고 싶어했던 파이톤의 이야기
[2] Rise of the Guardians, 2012, 피터 램지 감독
"이 블로그에 정리된 내용은 제가 펴낸 책 '상상력 공학 101'에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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