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공학/101 판타지 설계

[판타지 설계] 경제 체제의 설계

강인태 2021. 8. 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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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한 것처럼 산업 권력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세력의 경제 체제가 사유재산을 인정해야 한다.

이렇게 한 세력의 경제 체제는 그 세력의 통치 구조와 문화 등 모든 면에 영향을 주게 마련이다.

현재 각 나라에서의 정치 권력을 둘러싼 경쟁에 있어서도 경제 체제를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늘 중심에 있다.

어떤 진영은 좀 더 진보적으로, 또 어떤 진영은 좀 더 보수적인 주장을 펴며 대립하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든 볼 수 있는 흔한 광경이 되어버렸다.

 

한 세력의 경제 체제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유재산을 어떤 수준으로 어떻게 인정하느냐에 하는 것이다.

그것과 함께 그 세력이 어떤 산업에 중심을 두고 있느냐 하는 것은 그 세력의 문화에 굉장한 영향을 미친다.

 

목축이 주 산업인 세력과 공업이 주 산업이 세력의 문화가 비슷할 수는 없는 법이다.

또한 경제 시스템이 얼마나 고도화되었느냐 하는 것도 그 세력의 발전 정도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이다.

다시 말해 어떤 세력 내에 은행이란 시스템이 도입되었느냐 아니냐 하는 것은 그 세력의 전체적인 부의 수준과 새로운 권력의 탄생 가능성 등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사유 재산의 인정 수준

 

사유 재산을 얼마나 인정할 것이냐 하는 것은 우리가 어렴풋이 접한 계급 투쟁에서 뿐만 아니라,

봉건 시대 왕과 귀족들 혹은 관료들 간의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첨예한 부분이었다.

 

현대의 계급 투쟁은 사유 재산이 인정된 경제 체제 하에서 자본을 축적한 자본가의 지나친 횡포에 대한 노동자들의 반발 때문에 일어난 것이었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그런데 사유재산은 비단 자본가와 노동자들 간의 문제뿐만이 아니었다.

봉건제 하에서는 왕이 하사한 봉토는 기본적으로 사유재산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지만,

실제 운영에 있어서는 사유재산이나 다를 바 없었다.

이것을 몰수하거나 줄이거나 더 받거나 하는 문제와 세습을 허용할 것이냐 말 것이냐 등을 놓고, 왕과 귀족, 신진 관료들의 끊임없는 샅바 싸움이 진행되었다.

그러고 보면 예나 지금이나 전시대의 권력자나 자본가는 더 많은 것을 가지되,

나머지 피지배 계급의 사람들이 자신을 전복하려 들지 않을 만큼만 나누어주려고 하는 보수 세력이 되고,

소위 신진 지식 세력들은 그것을 막으며 그들의 것을 국유화하거나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나누어 가지자고 주장하는 진보 세력이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양상들이 누군가는 좀 더 이기적이고, 또 누군가는 좀 더 이타적이어서 생기는 현상이 아니라, 그냥 인간 본성에 따라서 정반합이 반복될 뿐인 것이란 생각도 든다.

각설하고-

 

이 사유 재산의 인정 수준에 따라 아래 [표]와 같은 다섯 단계의 경제 체제가 이름과 성격을 달리하며 어떤 것이 조금 더 강조되며 득세했다 사라졌다를 반복하고 있다.

많은 사회적 갈등의 양상이 이 경제 체제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판타지 설계자가 어떤 세력의 경제 체제를 무엇으로 선택할 것인지는 자신의 이야기에 아주 큰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어떤 진영 간의 갈등이나 거대한 음모론 등에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어떤 경제 체제의 형식을 선택하는 것에서 다 나아가,

그것들이 도입되기 이전의 역사적 배경이나, 혹은 어떤 식으로의 변화를 어떤 사람들이 지지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서 아주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헝거 게임'은 이런 경제 체제의 디테일한 설계를 잘 해내서, 그 체제 자체가 이야기에 긴장감까지 주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사유재산
인정 수준
경제 체제 비고
없음




















매우 높음
공산주의 사유재산 자체를 인정하지 않음.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 받음.
봉건주의 땅의 소유권이 왕에게 있음. 영주와 귀족에게 하사(영지, 장원, manor). 귀족은 다시 봉신들에게 하사(봉지, fief). 경우에 따라서는 토지 뿐만 아니라, 세력 내 모든 재화는 왕의 것이며, 왕의 허락 하에 사용권을 나누어 받았을 뿐임.
사회주의 소비재는 사유화를 인정하되, 생산 수단의 사유화 는 금지함으로써, 자본의 권력화를 방지하고 빈부 격차를 줄임.
복지주의 사유재산을 일정 수준 허용하되, 지나친 빈부 격차로 인한 지나친 불평들을 줄이기 위한 각종 장치를 마련.
자본주의 사유재산을 전면적으로 허용하되, 빈부 격차로 인한 사회 불안을 줄이기 위한 각종 장치를 마련.

 

 

"이 블로그에 정리된 내용은 '상상력 공학 101'에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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