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다시 돌아온 넷플릭스에서 뭘 볼까 하고 탐색하다보니, 유난히 종말론적인 이야기들이 많더군요.
'28일 후'나 '워킹데드', '어둠 속으로' 같은 느낌의-
아무래도 코로나, 기후 변화 같은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린 탓이겠죠.
그렇잖아도 우울한데 이런 것까지 봐야하나 하고 그냥 대충 제끼다가 특이한 설정이 눈길을 끌어서 재생 버튼을 눌러버린 이야기가 바로 '레인(The Rain)'입니다.
종말론적인 이야기의 핵심은 종말적인 상황을 오게 만든 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한 설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바이러스, 기후 변화, 혜성 충돌, 외계인 침공, 로봇의 반란,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동력의 상실, 핵전쟁-
정말 다양하죠.
레인은 제목에서 짐작되는 것처럼 그 종말을 가져오는 원인이 비입니다.
무언가 인간이 만들어낸 이기적인 결과물이 대기 중에 퍼지고, 그것이 비가 되어 내리면서 비를 맞는 사람들은 치명적인 병에 감염이 되어서 삽시간에 죽음을 맞이한다는 설정.
비 올때 바깥에만 안나가면 될 것 같은 설정이지만 나뭇잎에 묻어있는, 길 한구석에 고여있는, 처마에서 떨어지는 한방울까지 피하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더구나 처음에는 비가 원인이란 걸 알지도 못하니-
그리고 당연하게도 비를 맞는 사람과 접촉한 사람 역시 무사할 수 없죠.
그런 상황에서 아버지의 도움(? 이게 정말 도움이었을까요 ?)으로 미리 만들어진 벙커 속으로 피신한 남매.
그리고 그 속에서 비치된 비상 식량과 전기가 바닥날 때까지 6년이란 시간이 흐릅니다.
꼬꼬마였던 남동생은 어느새 건장한 청년으로 자라고-
하지만 한정된 지하 공간에 쌓아둔 비상 식량은 떨어지게 마련.
이제 두 남매는 세상 속으로, 그 이전에 알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졌을 세상 속으로 뛰어들어야 합니다.
(이렇게 마구 스포일을 하면 어떻하냐고요? 전혀 아닙니다. 이 이야기는 모두 시즌1의 1화에서 후다닥 진행되니까요.)
이런 설정 속에서 두 남매의 생존기를 다룬 이야기가 바로 레인입니다.
비를 피하고, 살아남은 인간들의 공격을 피하고, 동료가 되고, 배신 당하고, 사랑을 하고, 미지의 세력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고 하는 이야기들이 이어지죠.
사실 이야기나 배경의 설정이 아주 치밀하진 않습니다.
아니 치밀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좀 엉성한 수준이죠.
그리고 주인공과 그 언저리 인물들의 어리석은 행동에는 살짝 부아가 치밀어오르기도-
(이상하게도 서양 작품들-미국과 유럽을 가리지 않고-에 등장하는 십대와 이십대는 너무나도 무능하고, 억지스럽고, 감정적이고, 비이성적인 행동으로 일관하는데, 북유럽이라고 다르지 않네요. 이유가 뭘까요? 그래도 우리나라나, 일본 작품에 등장하는 십대와 이십대는 그렇게까지 바보로 그려지진 않는 것 같은데-)
그래도 나름 신선한 설정에 낯선 북유럽 스타일이 결합한 장점이 있어서 종말론적 생존기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살짝 추천할만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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