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시케의 이야기는 잘 나가던, 혹은 잘 태어난 주인공이 어느날 역경에 처하지만,
이를 잘 극복하고 결국은 자신의 본분을 되찾게 부귀영화를 누리게 되는 전형적인 서사구조를 갖고 있다.
프시케는 자만에 가득 찬 부모 때문에 곤란함에 처하게 되는데,
이유인 즉슨 그녀의 부모가 딸이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나머지,
자기 딸이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 보다도 아릅답다고 주장하기에 이른다.
사람들은 심지어 아프로디테 신전을 버리고, 프시케를 미의 상징으로 숭배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속좁은 그리스 신이 이런 상황을 참을 리 없다.
아프로디테는 아들인 에로스(큐피드)에게 프시케에서 화살을 쏘아서, 거지같은 남자를 사랑하게 하라고 명령을 내린다. 하지만 어떤 남자인들 미인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에로스는 프시케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어머니의 눈치 때문에 노골적으로 접근할 수 없었던 에로스는 우회적인 방법을 찾게 된다.
아폴론 신전에서 왕에게 신탁을 내리는데,
"딸을 신부 옷을 입한 다음 산꼭대기로 가게 하라.
그러면 신의 힘을 능가하는 괴물이 딸을 아내로 맞이하게 될 것이니라."
신탁을 어겼을 때 어떤 꼴을 당할지 잘 알고 있던 왕은 눈물을 머금고 프시케를 산꼭대기로 보내게 된다.
하지만 프시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괴물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같은 존재였다.
이 바람같은 존재가 바로 사랑의 신, 에로스.
비록 눈에 보이지 않지만 잠자리에서 에로스는 그의 매력을 제대로 발휘하니, 프시케는 한번도 본적 없는 이 바람같은 존재와 사랑에 빠져버린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프시케의 미모를 시기하던 언니들이 있었으니 (신데렐라, 콩쥐팥쥐 이야기의 모티브가 된 듯),
이들은 불행에 빠져 허우적거릴 줄 알았던 동생이 행복해하는 꼴을 보고는 눈꼴이 시려워진다.
언니들은 동생의 귀에 속삭인다.
"네 남편은 괴물같이 생긴 게 틀림없으니, 꼭 남편의 모습을 램프로 비춰봐.
그리고 만약 괴물이라면 목을 자르고 탈출해."
프시케는 이 말을 믿고 에로스가 잠든 틈에 남편의 모습을 비춰보았는데,
거긴 괴물이 아니라 더 이상 잘 생길 수 없는 준수한 청년이 누워있었다.
프시케는 기쁜 마음에 남편에게 키스하려다 에로스의 화살에 긁혀버리는 바람에 치유할 수 없는 사랑에 빠져버린다.
그 순간 램프의 기름을 쏟아지는 바람에 에로스도 화상을 입으며 잠에서 깨는데-
에로스는 화상을 치유하러 어머니 곁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어리석은 아내를 탓하게 된다.
여기까지의 이야기는 여러 동화의 이야기 구조와 비슷한 점이 많다.
특히 미녀와 야수와는 상당히 비슷한데다,
신데렐라 뿐만 아니라, 유럽의 전래 동화에는 이런 불행한 공주나 소녀의 서사구조가 많고,
심지어 우리의 구미호나 나무꾼과 선녀의 이야기에서도 남녀가 바뀔 뿐 비슷한 이야기구조가 등장한다.
아마도 신데렐라와 미지의 존재와의 사랑, 자기 처지와는 상관없이 미인을 취하고 싶은 남자들의 로망은 동서고금의 아주 보편적인 판타지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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