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우스와 레토의 아들로 태어난 아폴론은 나흘만에 어머니 레토가 누나 아르테미스를 낳을 때 괴롭힌 거대한 뱀(혹은 기어다니는 용) 피톤(역시나 그리스 신화의 트러블 메이커인 대지의 모신인 가이아의 자식이다.)을 활로 쏘아죽인다.
피톤은 레토가 제우스의 자식을 낳는데, 분개한 헤라의 명에 따른 것인데, 예나 지금이나 나쁜 짓을 시킨 몸통은 건드리기 어려운가보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진 건장한 태양신이자 의술의 신으로 자란 아폴론에게 시련이 찾아왔으니,
가이아와 제우스, 헤라의 뒤를 잇는 또다른 트러블 메이커인 에로스를 무시하다 된통 당한 것이다.
에로스는 피톤을 쏘아죽일 때 사용한 아폴론의 커다란 멋진 활을 한 번 쏘아보려다가 아폴론에게 비웃음을 사게 된다.
"너는 그 쪼그만 네 활로 마음에 상처나 입히고 살아, 그건 나같이 멋진 전사가 괴물들을 상대할 때 쓰는 거니까-"
열받은 에로스는 활을 두 개 쏴서, 하나는 아폴론에게, 또 하나는 강의 신의 딸이자 숲의 님프인 다프네에게 선사한다.
하지만 다프네에게 날아간 화살은 에로스가 평소에 사용하던 화살이 아니라,
끝이 뭉툭한, 다프네를 석녀로, 혹은 동성애자로 만드는 것이었다.
아폴론은 마음이 타고, 다프네는 아폴론이 그런 아폴론이 끔찍해졌으니, 비극이 시작될 수밖에 없었다.
난봉꾼인 아버지 제우스와는 달리 아폴론은 빛과 선, 질서의 상징같은 존재였지만,
피를 속일 순 없었는지 상대의 의지 따위는 일단 생긴 자기 욕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도망치다 숨이 턱에 찬 다프네는 어머니인 강의 신에게 기도한다.
"차라리 저의 아름다움을 앗아가버리더라도, 저 놈의 손에 유린 당하는 것만은 피하게 해주세요."
결국 다프네는 그 자리에서 월계수 나무로 변해버렸다.
아버지 피에 따른 집념 때문인지, 다프네에 대한 미안함 때문인지,
아폴론은 그 월계수 잎으로 만든 관을 평생 쓰게 살겠다고 다짐하게 되고,
이게 지금까지도 이어져서 마라톤 우승자에게 씌워주는 승리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도대체 이게 왜 승리의 상징이 된 걸까?
다프네가 결국 신의 뜻에도 굴하지 않고 이겨서?
아니면 결국은 죽어서라도 아폴론이 다프네를 취해서?
아니면 그냥 그런 걸 쓴 아폴론이 멋있어 보여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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