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저"라는 제목과 작가가 "강철의 연금술사"의 아라카와 히로무라의 결합.
이 두가지만으로 판단하면 얼핏 귀족 집안에서 태어난 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판타지 드라마나, 은수저들에 대항하는 평민 소년 마법사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지만 "은수저"는 전혀 다른 작품입니다.

일단 은수저에 대한 오해부터 풀어야 할 것 같군요.
흔히 잘 태어난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고 있죠.
이 작품에서의 은수저도 마찬가지이긴 합니다.
아이가 태어날 때 선물을 한다는 그 은수저니까요.
다만 작가(작품 속에서는 교장이지만)는 이 은수저에 다른 뜻을 덧붙입니다.
은수저를 만들고 선물하는 사람의 마음이 무얼까 하는 질문으로-
달랑 은수저 하나를 선물하는 건 유복한 집이라서가 아니라, 그거그런 평범한 집에서 아이에게 살아갈 힘 혹은 밑천을 선물한다는 의미를 담는다는 거죠.
아이가 자라서 혼자 독립할 수 있는 밑천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과 색이 혼탁해지지 않도록 늘 닦아 주면서 그 마음을 되새기는 세월까지 더해진, 아이의 성장 역사라는 그럴 듯한 스토리를 담습니다.

그래서 이 "은수저"는 전형적인 성장 드라마의 틀을 갖추고 있죠.
(사실 같은 작가의 '강철의 연금술사'나 '아르슬란 전기' 역시 성장 드라마라고 할 수 있을듯-)
대도시의 학교에서 경쟁에 지쳐버린 중학생 하치켄은 입시라는 무대에서 도망쳐 농업학교를 선택해버립니다.
당연히 이 학교는 도시와는 동떨어진 시골 구석에 있고, 학생들은 더 시골 구석에서 자란 친구들이죠.
시골 친구들과 소, 말, 돼지, 닭 등 다양한 가축들, 그리고 온갖가지 농작물들에 적응하는 과정을 통해, 소심했던 하치켄이 어떻게 홀로서기를 해 나가는가가 이 작품의 핵심.
좌절과 열혈, 우정과 사랑, 생명에 대한 상반된 관점들이 뒤섞인 이 이야기를 작가 특유의 살짝 따뜻한 시선과 열정이 묻어나는 담담한 문체로 잘 풀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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