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여윈 상여는 늙은 아버지와 둘이 괴죄죄하고 궁핍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어느날 밤 상여가 달을 보고 있자니 담 너머 나무 위에 웬 여자가 하나 앉아있었다. 가까이 가서 살피니 역시나 한 미모하는지라 상여는 사정사정하여 여자를 안으로 들여 정을 나누었다. 그렇게 둘은 깊은 사이가 되어 매일같이 여자는 담을 넘어 들어왔는데, 결국엔 그 소리가 잠든 상여의 아버지 귀에 들어가고 말았다. "네 이놈. 집안이 이꼴이 되었는데, 밤마다 방탕한 짓거리나 하고 있었단 말이냐? 그리고 처자는 혼례도 치르지 않은 마당에 담을 넘어들어와 남자와 정을 통하다니 부끄럽지도 않소?" 아버지의 호통에도 상여는 여자를 붙들었지만 오히려 여자는 단호하게 말했다. "저는 홍옥이라 하옵니다. 우리가 도리에 어긋난 짓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