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의 한 주좌(관직 이름)는 세금 육십만냥을 수도로 운송하는 역할을 맡았는데, 길을 가다 날이 저무는 바람에 근처 절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그런데 다음날 일어나보니 세금 육심만냥이 온데간데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돌아온 주좌는 윗사람에게 사정을 고하고 다시 돈을 찾으러 갔다. 절 근처에 이르자 한 장님이 '걱정거리를 해결해드립니다.' 하는 간판을 걸고 있어 점을 쳐달라고 했다. "돈을 잃어버리셨군요." 장님이 바로 맞히자 주자는 신기해하며 자초지종을 말하고 도움을 청했다. "견여(가마의 한 종류)를 한대 준비해서 저를 따라오십시요." 한참 장님을 따라가자니 그는 "서쪽으로 난 솟을 대문이 보이면 문을 두드려 물어보십시요." 하며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장님이 알려준 문이 보이자 사람을 불러 돈의 행방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