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채신은 성격이 시원시원하고, 품행이 단정한 사람이어서 "내 평생 여자는 아내뿐이다." 라며 사람들에게 공언하곤 했다. 어느날 영채신은 금화성에 볼일을 보러 갔다가 묵을 곳을 찾았지만 성 안의 숙소는 방값이 너무나 비싸 성 북쪽에 있는 빈 절에 하룻밤 신세를 지기로 했다. 문이 잠긴 탓에 주인이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는데, 날이 저물고서야 한 사람이 나타났다. 영채신은 얼른 인사를 하며 하룻밤 묵어가기를 청했는데 "저도 여행중인 사람입니다. 이곳은 주인이 없어 썰렁한 절이니 함께 지내주시면 저도 감사한 일이죠. 저는 연생이라 합니다." 영채신은 잠자리에 들었지만 낯선 탓인지 좀처럼 남을 이루지 못했는데, 어디선가 말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아 창틈으로 쳐다보니, 한 노파와 여자 하나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