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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담 2

요재지이- 죽청, 까마귀의 사랑

어객은 과거에 떨어지고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었는데, 가난한 살림에 멀리 떠나온지라 고향에 닿기도 전에 돈이 몽땅 떨어지고 말았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오왕묘(사당)에 들어가 쉬는데, 다른 사람 하나가 다가와 따라오라더니 사당 안에 있는 오왕을 알현시켰다. "흑의대에 병졸 자리가 비었으니, 이 사람에게 맡겨보면 어떨지요?" 오왕의 허락이 떨어지고 어객에게는 검은 옷 한벌이 주어졌다. 어객이 검은 옷을 몸에 걸치자 그는 어느새 까마귀가 되어 날아오를 수 있었다. 까마귀가 된 오객은 근처 호수를 항해하는 배의 돛대에 걸터앉았는데, 사람들이 고기 덩이를 던져주어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이거 괜찮은 팔자로세.' 하며 어객은 이 까마귀 생활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며칠 지나아 오왕은 어객에게 죽청이라는 암놈을 소..

[요재지이] 벽화 속의 미인

강서 지방 사람인 주효렴은 맹용담과 함께 우연한 기회로 한 사찰에 방문하게 되었다. 절을 둘러보던 두 사람은 불당에 있는 탱화에 유독 눈길이 갔는데, 특히 주효렴은 탱화 속에 있는 한 소녀의 모습에 마음을 빼앗겼다. 길게 늘어트린 머리에 꽃을 손에 쥐고 미소를 짓는 것이 마치 자신의 마음을 유혹하는 것처럼 느낀 것. 그렇게 정신없이 탱화 속 소녀의 모습을 바라보던 주효렴은 갑자기 몸이 떠오르는 느낌이 들더니, 순식간에 그림 속으로 빨려들어가버렸다. 자신이 살던 곳과 전혀 다른 풍경의 세상이 펼쳐졌고, 한 노승이 설법하는 것을 들으러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신기한 마음에 모여든 사람들 틈에 끼어 설법을 듣고 있자니, 뒤통수에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다. 뒤를 돌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탱화 속의 그 소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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