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양 땅에 섭씨 성을 가진 서생이 있었는데, 어려서부터 글재주가 남달랐지만 관운이 없는 탓인지 이상하게도 시험만 보면 떨어져 관직에 오르지 못하고 있었따. 회양현의 현령으로 부임한 정승학은 섭생의 소문을 듣고 그를 초대했는데, 이야기를 나누어보고는 아주 기뻐하며 그의 후원자가 되기를 자처했다. 정승학은 관아에서 학자금을 받게 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섭생의 생계가 궁핍해지지 않도록 수시로 돈과 양식을 대주기까지 했다. 정승학의 후원에 힘입어 섭생은 드디어 과거에 응했는데, 정승학이 그의 답안지를 구해보니 단연 일등감이었다. 하지만 섭생의 부족한 관운 탓인지 이번에도 합격자 명단에서 빠져버렸다. 자신을 밀어준 후원자에게 실망만 안겼다는 자괴감에 섭생은 결국 병이 들어 시들시들 앓아누워버렸다. 정승학 역시 윗..